CBS뉴스 대표, 트럼프와의 갈등 속 전격 퇴진(Head of CBS News steps down amid conflict with Trump)
CBS보도 부문 사장(president of CBS News and Stations), 트럼프와의 갈등 속에 전격 퇴진
– ‘60분(60 Minutes)’ 보도 및 거대 미디어 지배구조 갈등이 격화
2025년 5월 19일(현지 시각), 미국 CBS 뉴스 및 스테이션 부문 사장(president of CBS News and Stations)인 웬디 맥마혼(Wendy McMahon)이 돌연 자리에서 물러났다. 맥마혼의 사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탐사 저널리즘 프로그램인 ‘60분(60 Minutes)’, 그리고 CBS의 모회사인 파라마운트(Paramount) 간에 벌어지고 있는 소송 및 편집권 갈등의 여파라는 평가다.
“회사와 나의 미래 비전이 다르다” – 맥마혼의 전격 사임
맥마혼은 5월 19일(현지 시각)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회사와 내가 생각하는 향후 방향이 서로 맞지 않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라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파라마운트 경영진은 이미 지난주 맥마혼에게 사퇴를 권고했다는 것이 회사 내부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이는 최근 CBS 뉴스 내부에서 불거진 심각한 갈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맥마혼은 2023년 8월 CBS 뉴스 총책임자에 취임해 보도국을 이끌어 왔다. 그러나 파라마운트 측은 그동안 맥마혼의 리더십, 특히 저녁 메인뉴스(CBS Evening News) 개편으로 인한 시청률 급락과「CBS Mornings」 앵커 토니 도코필(Tony Dokoupil)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관련 인터뷰에서 보인 논란 등의 이슈를 문제 삼아 왔다고 알려졌다.
또한 파라마운트 측 일부 임원들은 ‘60분’ 보도가 지나치게 정치화되어 “회사에 불필요한 비판을 야기한다”라고 우려해 왔으며, 맥마혼이 ‘60분’의 보도 기조를 효과적으로 조율하지 못했다는 불만도 쌓인 것으로 전해졌다.

‘60분’과 트럼프 간 200억 달러대 소송: 샤리 레드스톤의 고민
맥마혼의 사임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라마운트에 제기한 200억 달러 규모의 소송이 자리한다. 이 소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현 민주당 소속)과의 인터뷰를 ‘60분’에서 “조작 편집했다”고 주장하며 제기한 것이지만, 다수 법률 전문가는 “근거가 희박하다”고 평한다.
그럼에도 파라마운트를 지배하는 대주주 샤리 레드스톤(Shari Redstone)은 이 소송이 지연될 경우 회사 전체가 받게 될 부담을 우려해 합의를 선호하고 있다. 레드스톤은 스카이댄스(Skydance)와의 수십억 달러 규모 매각을 추진 중인데, 정부 승인 등이 필요한 민감한 시점에서 소송이 악화되는 것을 피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맥마혼과 긴밀히 협력해 온 빌 오언스(Bill Owens) ‘60분’ 총괄 프로듀서 또한 지난달 전격 사임했다. 오언스는 “트럼프 행정부 관련 보도에 대해 회사(파라마운트) 측으로부터 압박을 받았다”고 주변에 토로했으며, 결국 ‘60분’의 편집 독립성이 흔들리는 상황을 견디지 못했다고 알려졌다.

새 갈등: 트럼프 정부의 IRS(국세청) 대량 해고 명령 보도 삭제
맥마혼이 자리에서 물러나기 직전, ‘60분’은 5월 18일 시즌 피날레(시즌 마지막 방송)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국세청(IRS) 대량 해고 명령을 다룬 탐사보도를 예고했다. 앤더슨 쿠퍼(Anderson Cooper)가 취재한 이 보도 내용은 최근 파라마운트-트럼프 협상 국면에 또 다른 갈등 요소가 되었다.
조지 칙스(George Cheeks) CBS CEO 겸 파라마운트 공동CEO는 한때 이 보도 대신 다른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해 ‘60분’을 결방할 방안을 검토했다고 한다.
그러나 뉴스룸 내부와 제작진의 반발, 그리고 방송 시점 등을 고려하여 결국 특집 편성안은 폐기되었다. 이후 ‘60분’ 측은 “추가 확인할 IRS 측 정보가 새로 발견돼 보도를 연기한다”며 시즌 마지막 방송에서 해당 아이템을 제외했다.
프로그램 측은 “저널리즘 원칙에 따라 추가 취재가 필요해 보도를 연기했을 뿐, 회사(파라마운트)의 압력 때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내에선 “법적 합의 국면을 의식한 결정 아니냐”는 의혹이 여전하다.
‘60분’과 파라마운트, 그리고 트럼프: 소송은 계속
한편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은 “CBS와 파라마운트가 트럼프를 폄훼하는 허위 보도를 이어가면 추가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5월 초 ‘60분’은 트럼프 대통령의 법률 자문 및 행정명령 문제를 다룬 또 다른 보도를 내보냈는데, 트럼프 측은 이를 “합의 협상에서 CBS가 우위를 점하기 위한 악의적 편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측: 지난 대선 때도 ‘60분’의 인터뷰 요구를 거절했고, 최근에는 “CBS가 전례 없이 오보를 남발한다”며 연방정부에 CBS 방송면허 철회를 거론한 바 있다.
파라마운트-트럼프 간 중재: 최근 중재 회의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소송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CBS 내부에선 “과거엔 ‘60분’ 같은 탐사보도 프로그램에 회사 측이 관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규모 소송과 합의 압박,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 미디어 시장 재편이 맞물리며, CBS 본사(파라마운트)가 보도 방향에 직접 개입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빌 오언스가 사임하며 남긴 “이제부터 이런 관행(편집 독립)이 깨지면 매우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는 발언이 이를 방증한다.
맥마혼 후임은 ‘임시 체제’… CBS의 미래는?
맥마혼이 떠난 자리는 톰 치브로스키(Tom Cibrowski), 제니퍼 미첼(Jennifer Mitchell) 등 CBS의 베테랑 임원 2인이 당분간 공동으로 맡게 된다. 조지 칙스 CEO는 “맥마혼이 향후 수 주간 인수인계를 돕겠다”며 공식 퇴진 시점은 미정이라고 전했다.
맥마혼의 사임으로, 대형 미디어 기업과 정치 권력, 그리고 방송사 뉴스룸 간의 갈등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CBS가 미국 대표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60분’을 어떻게 보호(혹은 통제)할지, 파라마운트와 트럼프 사이의 소송이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가 관건이다.
한국에 메시지: 거대 미디어 지배구조, 정치적 압력, 편집권 독립의 과제
이번 사건은 “공영 혹은 민영 방송사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다룰 때, 경영진과 보도 책임자가 어떻게 갈등을 조정할 것인가”라는 오래된 숙제를 보여준다.
정치·경제 권력과 언론사 소유주가 직접적으로 이해관계를 맺거나, 거대 M&A(인수합병)와 소송 이슈가 걸려 있을 때, 공정 보도와 편집 독립이 위협받을 수 있다.
CBS와 ‘60분’이 겪는 내분은 한국 미디어 환경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역시 거대 자본(대기업 또는 IT 공룡)과 언론사 간의 협업·인수합병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으며, 정치인 혹은 정부 기관과 갈등이 생길 때 보도 책임자가 얼마나 독립적으로 보도 내용을 지켜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또 법적 소송과 회사의 이해관계가 결합될 경우, 언론사의 신뢰도와 시청자·독자들의 알 권리가 쉽게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하게 한다.
결국 ‘언론사 내부에서 보도 방향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구조가 지켜지는지’가 핵심이다. 이번 CBS 사태는 경영진이 저널리즘 본연의 역할을 얼마나 존중하느냐에 따라 언론사의 명운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언론사도 이러한 사례를 참고해 편집권 독립성·투명성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문화적 장치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