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XSW2025]브랜드 마케터들이 전하는 현장 체험 마케팅 “숫자를 넘어 애정도를 강화하라"(Brand Marketers on Experiential Marketing "Going Beyond Numbers to Build Affection)
SXSW2025 현장, 변화하는 브랜드 경험 마케팅
매년 3월이 되면 수많은 마케터, 에이전시 관계자, 영화 제작자, 뮤지션이 텍사스 오스틴으로 모여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 축제를 찾는다. SXSW는 엔터테인먼트와 AI와 스트리밍 등 테크놀로지가 함께 만나는 지점을 논의하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테크’ 축제다.
이들 만큼이나 다양한 기업과 브랜드들도 이 기간을 놓치지 않고 현장 체험(Experiential) 마케팅에 공을 들인다. 팬데믹 이후 대규모 오프라인 축제가 재개된 만큼, 올해는 아마존(Amazon), FX, 파라마운트, 크라이테리언(Criterion), 알래스카 항공 등 여러 엔터테인먼트 업계 주요 브랜드가 직접적인 소비자 경험을 제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른바 체험 마케팅(Experiential marketing)이다. 그러나 SXSW에서의 체험 마케팅은 단순한 이벤트성 쇼잉을 넘어,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진정한 소통 창구로 발전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달라진 환경에서 브랜드들은 새로운 의미 부여와 깊이 있는 체험을 통해 방문객의 기억과 감정 속에 오래 남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XSW2025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체험 마케팅의 중심을 인지도 상승보다 브랜드 애정도를 높이는 데 주려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영화광의 성지” 크라이테리언 클로젯(Criterion closet, 이동 옷장) 트럭, 첫 대규모 마케팅
지난 3월 8일 토요일 SXSW참석자들은 새벽 6시부터 긴 줄을 만들었다. 그 인기는 대단했다.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던 곳은 크라이테리언(Criterion)이 SXSW 기간 동안 선보인 모바일 ‘크라이테리언 클로젯(closet)’ 체험 트럭이었다.
- 체험 내용: 유명 감독과 예술가들이 크라이테리언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클로젯(closet)’에 들어가 소장 가치가 높은 클래식 영화를 고르며 이야기하는 형식을 실제로 재현
- 참여 방식: 3분 정도 할애해 트럭 내부를 둘러보고, 좋아하는 작품을 고른 뒤 왜 의미가 있는지 이야기하고, 기념 폴라로이드 사진을 남김
- 혜택: 고른 클래식 영화를 블루레이로 선물받을 수 있음
더 크라이테리언 컬렉션(The Criterion Collection)은 1984년에 설립된 미국의 홈 비디오 배급사로, 고전 및 현대의 중요한 영화를 수입, 복원, 배급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 회사는 영화 복원 및 보존에 큰 기여를 하였으며, 레터박스 포맷과 오디오 코멘터리를 도입하여 홈 비디오 시장에 혁신을 가져왔다. 크리에테리언(Criterion)은 DVD, 블루레이, Ultra HD Blu-ray 등 다양한 포맷으로 영화를 출시하며, 각 작품에 대한 특별한 부가 기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물리적인 엔터테인먼트 매체의 점유율은 줄어들고 있다. 크리테리온은 이런 체험 마케팅을 통해 ‘DVD, 블루레이 등 물리 디스크를 사는 구매 가치에 개인의 역사라는 부가가치를 더하고 있다”
버라이어티
DVD 산업은 2006년 전성기 시절, 판매액이 166억 달러(약 21조 8,000억 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넷플릭스(Netflix)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2007년 이후부터 DVD는 급속도로 위축됐다. 2008년을 기점으로 DVD 매출이 눈에 띄게 감소하기 시작하더니, 결국 시장의 변혁기를 맞아 10년 넘게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하지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 드라마 DVD를 찾는 크라이테리언 이동 옷장을 방문하는 팬들의 대기줄은 매년 길어지고 있다.
실제 크라이테리온 옷장에 대한 열기에서 볼 수 있듯, DVD가 주류 매체로서의 역할을 거의 다했음에도, ‘레트로’ 카테고리나 ‘컬렉터블(Collector’s Item)’로서의 가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공개된 DEG 보고서에 따르면 4K UHD 카탈로그 타이틀(기존 인기 작품의 고화질 복각판) 매출이 2023년과 비교해 크게 줄지 않았고, 스틸북(Steelbook) 한정판 같은 프리미엄 패키지 매출이 2024년에 성장했다.
음악 산업에서 바이닐(Vinyl) 레코드’가 복고 붐을 타고 되살아난 것처럼, DVD 역시 소수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다시 가치를 찾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물리적 미디어는 쇠퇴했지만 일부 팬층을 대상으로 한 고급 제품으로 제한적으로 생존할 가능성이 있다.

한 현장 참가자는 디지데이에 이 행사를 “유기적인(organic) 방식의 체험”이자 “상호작용형 예술 설치물 같은 느낌(more like an interactive art installment)”이라고 평했다. 줄 서 있던 다른 참가자들 역시 “단순한 홍보성 이벤트가 아니라, 클래식 영화에 대한 사랑과 추억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라며, 뜨거운 오스틴의 햇볕 아래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렸다고 전했다.
크라이테리언의 새로운 시도 ‘브랜드와 소통할 수 있는 실질 방법’
크라이테리언은 창립 40주년을 맞아, 팬들의 요청에 응답하는 형태로 이번 ‘모바일 클로젯’ 마케팅을 기획했다. 크라이테리언의 CMO(누르 엘 샤미(Nur El Shami))에 따르면, 뉴욕영화제(NYFF) 기간 맨해튼에서 첫선을 보였을 때 약 900명이, 이후 브루클린에서 두 번째로 진행 했을 때 400명이 참여했다. 크라이테리언은 이번 SXSW2025에서는 나흘간 1,000명 이상이 다녀갈 정도로 폭발적 관심을 끌었고, 실제로 줄을 일찍 마감해야 할 정도였다고 밝혔다.
엘 샤미는 “온라인에서 ‘우리도 클로젯을 직접 체험하고 싶다’는 요청이 워낙 많았다”라며 “브랜드의 핵심 DNA에 충실하면서도 팬들을 위한 살아 있는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기획 했다”고 설명했다. 크라이테리언은 이번 트럭 팝업에 구체적으로 얼마를 투자했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뉴욕과 브루클린 행사에서 사용했던 동일한 트럭을 재활용해 비용 효율도 고려했다.
크리테리온의 첫 번째 주요 마케팅 실행으로 모바일 클로짓(이동 옷장) 아이디어는 온라인에서 진행된 클로짓 시리즈에 애정을 가진 브랜드 팬들의 의견을 듣고 얻은 것이다. 엘 샤미는 “소셜 댓글 등의 대부분은 사람들이 '우리도 클로젯에 올 수 있을까? 우리는 옷장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것이다”라며 “이 경험이 "브랜드의 DNA"에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마케터들이 경험은 필수라고 믿었고, 경험이 없는 브랜드는 관련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체험 활동이 중단된 것을 경험한 마케터, 대행사 임원 및 참석자들은 이제 SXSW에서의 체험은 단순히 관련성이 아니라 참석자들에게 브랜드와 소통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give attendees a real way to interact with the brand) 애정도 강화다.
“브랜드 애정을 높이는 실감형 체험” – FX의 알린(Aliens) 세계
이미 마케팅에 익숙한 대형 콘텐츠 기업들도 SXSW를 “트렌드세터(Tastemaker)를 만나는 장”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FX 통합 프로모션 SVP 케냐 하더웨이 그린(Kenya Hardaway Green)은 “SXSW는 감각이 뛰어난 오디언스(influential audience)가 모이는 곳”이라며, “단순 전시가 아니라, 관람객이 적극적으로 몰입하고 참여해 스토리를 자기 시각으로 풀어낼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FX는 신작 시리즈 ‘Alien: Earth’ 홍보를 위해 “The Wreckage”라는 몰입형 체험 부스를 마련했다.
- 체험 시나리오: 추락 사고의 잔해 현장으로 설정된 공간에 들어가, 배우와 함께 다섯 명씩 그룹을 지어 사건의 단서를 찾고 상황을 재현
- 설치 기간: SXSW 시작 2일 전에 완성, 이후 축제 기간 내내 운영
- 확장성: SXSW 외에도 다른 도시 2곳에서 추가로 전시될 예
이 부스는 디자인 전문 업체 VT Pro Design과 5개월간 협업해 상당히 큰 규모로 준비했으며, 제작비나 구체적 예산은 공개하지 않았다.
아마존과 파라마운트+, “홀리스틱 브랜딩(holistic, 전체적인)”에 초점
아마존(Amazon)과 파라마운트+(Paramount+) 등은 좀 더 광범위한 자사 브랜드 경험을 전면에 내세웠다. 각각의 하우스나 파빌리온에서 무료 음료를 제공하고, 소셜미디어 서비스 올릴 수 있는 포토존(포토 오퍼튜니티)을 마련함으로써,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작품을 한자리에서 체험하도록 꾸민 것이다.
홀리스틱 브랜드 마케팅(Holistic Brand Marketing)은 고객과 브랜드 간의 관계를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고객의 경험과 가치를 중시하는 마케팅 접근 방식이다. 이는 단순한 제품 판매나 광고를 넘어, 고객의 전반적인 여정을 고려하여 브랜드와의 지속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둔다.
파라마운트+의 소비자 마케팅 총괄 EVP 미셸 가르시아(Michelle Garcia)는 디지데이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팬덤(Fandom)을 육성하고, 오랜 시간 동안 맞춤형 관계를 형성하는 데 주력한다”며 “이번 SXSW에서 3년 연속 운영 중인 ‘더 로지(The Lodge)’도 단순히 사람을 많이 끄는 데 초점을 맞추지 않고, 방문객이 이곳을 떠날 때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마케터들이 SXSW와 그 너머에서 경험 마케팅에 대해 효과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서, 성공의 지표는 현장의 관련성에서 SXSW의 경계를 넘어 계속 진화하고 있다.

“브랜드가 SXSW에서 성공하려면 반드시 체험형 [마케팅]을 해야 할까?” 사실 이는 정답이 아니다. 하지만 SXSW에서 부스를 만들고 체험 공간을 제공하려면 브랜드와 관련이 있어야 하고, 사람들이 참여할 이유를 제공해야 한다. 가장 중요 것은 오스틴(Austin)에 없는 사람들을 위해 포착하고 공유할 가치가 있는 순간을 만들어야 한다. 바로 공유다. 누군가 브랜드 체험 활동에 참석하고도 공유하지 않는다면 그 체험 이벤트는 실패한 것이다.

“체험 마케팅의 성공 척도, “브랜드 애정도 상승”
하지만, 체험 마케팅(experiential marketing)의 성공 척도는 바뀌고 있다. 팬데믹 이전에는 “SXSW에 참가할 경우 반드시 ‘체험 마케팅’을 해라”라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히 오프라인 현장에 존재함으로써 얻는 가시적인 지표(방문자 수, 소셜 미디어 서비스 언급량 등)보다는 경험 이후 브랜드 애정도(Brand Love)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는 추세다.
그러나 “브랜드 애정도”는 방문자수나 소셜 미디어 해시태그 숫자처럼 명확하게 수치화하기 어려워, 마케터들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핀 파트너스(Finn Partners)의 시니어 파트너이자 미드웨스트 디지털 리드인 그렉 스완(Greg Swan)은 인터뷰에서 “SXSW에서 브랜드가 존재감을 드러내려면 무조건 체험 마케팅을 해야 하느냐? 꼭 그렇진 않다.
하지만 만약 투자하기로 했다면, 브랜드와 관련성을 지녀야 하고, 사람들에게 참여할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며 “동시에 행사에 못 온 사람들도 공유를 통해 관심을 가질 만한 ‘순간’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만약 누군가가 어떤 브랜드 행사를 다녀갔는데, 아무도 그 사실을 공유하지 않는다면, 정말 다녀간 것인지조차 모호하다”고 덧붙였다.

정리
- 팬들 목소리에 주목: 크라이테리언은 오랫동안 이어온 ‘클로젯 시리즈’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팬들의 요청을 실물 경험으로 제공해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 몰입형 구성: FX는 새로운 작품을 직접 체험하도록 만들어 관람객이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느끼게 했다.
- 전체적 브랜드 경험: 아마존과 파라마운트+ 등은 다수의 브랜드·콘텐츠를 한자리에서 경험하도록 구성해, 팬덤 형성과 애정도 제고에 집중했다.
- 브랜드 애정도 측정의 과제: 방문객 수, 소셜 미디어 언급량 등 단순 지표 이상으로, 행사 후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감정을 얼마나 높였는지를 측정하는 것은 여전히 도전 과제다.결국, “SXSW에서의 체험 마케팅”은 더 이상 단순히 “이벤트성 쇼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진정한 소통 창구가 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됐다. 팬데믹 이후 달라진 환경에서, 브랜드들은 새로운 의미 부여와 깊이 있는 체험을 통해 방문객의 기억과 감정 속에 오래 남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